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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시 - 2009-07-24 08:48:37
"안동도산구곡 길"
권준, 퇴계오솔길 한(韓)문화 기획전(16)
 

중견화가 권준 선생이 '퇴계오솔길'의 사계절을 가을부터 익년 여름까지 이어가며 주변풍경을 화폭에 담고, 매월당문학상 시나리오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최성달이 권화백의 그림을 글로 야심차게 표현한다. 이번 기획연재는 2009년 1월에 시작하여 매달 초순과 보름에 연재되며, 1년간 계속된다.


퇴계오솔길은 안동시 도산면 단천리 퇴계오솔길 전망대에서 농암종택까지 약 3km의 구간을 말하는데 경관이 그 옛날 퇴계와 선비들이 걸었던 원형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화강암으로 최근에 조성한 퇴계 시비 말고는 ‘의지의 나무’라는 팻말이 붙은 수백 년은 족히 넘어설 고사 직전의 나무며, 물속에 있는 경암,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는 풍혈, 공룡 발자국이 예전 모습 그대로다.
협곡 줄기를 타고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며, 강물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기암도 변하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청량산을 바라다보면 넓은 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반대로 고산정과 농암종택에서 퇴계오솔길을 조망하면 기암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림에 오솔길 위 학소대가 우뚝하다. 고산정 북쪽을 따라 한 폭의 병풍처럼 장엄하게 펼쳐진 외병대와 외병대 맞은편 독산을 사이로 낙동강 원줄기가 흘러가는 협곡절벽에는 학소대 월명담 벽력암이 유려함을 자랑한다. 이 중 학소대는 한속담 상류에 수직으로 솟은 절벽이다. 한속이란 추울 때 몸에 돋는 소름을 말하는데 이 물이 서늘한 것은 바위아래에서 찬 기운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학소대는 오래 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먹황새가 머무는 곳이었는데 어느 해 바위가 내려앉고 난 뒤부터는 벼락소로 옮겨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에 먹황새가 없다. 

이번 호까지 연작 3편이 모두 길에 관한 그림이어서 오늘 글쓰기 주제 역시 길이다. 퇴계오솔길 한문화기획전을 하는 동안 권준의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테마 또한 길이다. 기획전의 소제목도 '사람의 길을 가다'이다. 길이 주제이다 보니 길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길이라는 의미가 땅위에 낸 발자국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이상 굳이, 걷는 길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학문으로 일가를 이루고, 문학으로 일생을 풍미한 것도 길이다. 하늘을 천장 삼고 땅을 베개 삼아 잠자다 배고프면 흐르는 물에 목축이고, 바람 따라 떠돈 인생도 한 인간이 걸어간 흔적이다. 돌아보면 길 아닌 길이 없는데도 권준이 주야장창 여기에 매달리는 것은 고도의 계산된 전략처럼 보인다. 길이라는 복선을 통래 그는 분명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 안동도산구곡길1(38cm×55cm)                                       Oil on canson pape

풍경에 채색을 입히고, 붓질에 정신을 불어넣으면 그것으로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는 완성이 된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의 형태와 선 색채가 미학을 대변하는 예술성이다. 이 그림에는 그런데 그것에다 노림수가 하나가 더 있다.
그림으로 표현되는 반복되는 길의 형상은 안동도산구곡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눌함으로 읽힌다. 어떤 하나의 대상이 실체로 다가오려면 구체적인 행위의 반복이 있어야 가능하듯 길의 화가 권준은 한국유학1번지 도산구곡의 원형문화를 길이라는 대상과의 매치로 연결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 작업은 몇 단계를 거쳐 확대되었다. 먼저, 가장 본질적인 것, 즉 그림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인데 이것은 회화방식을 통한 기록이다. 다시 말하면 도산구곡 문화를 회화라는 기록의 방식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알다시피 모든 대상은 형식을 거쳐 부활한다. 이때의 형식이란 예술창작을 말한다. 건축과 문학, 미술과 음악, 연극 그리고 종합 예술인 영화이든 간에 기록이라는 형식이 취하여져야 비로소 그것을 기폭제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부활을 용이하게 하려면 이러한 기록이라는 체계 안에 원형이 존재하여야 하고,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기록이라는 형식으로만 부활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록이 없는 경우에도 가설이나 상상에 의해 기록이 생산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특수한 일예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것은 기록이 기록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기록측면으로 논구할 때 나 또한, 이제껏 그림을 두고, 그림을 말했으되 실제적으로 그림을 논하지는 않았다. 그림을 통해 인간세를 말했을 뿐이다. 선조들이 걸어온 길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을, 후세가 살아갈 삶을 말했을 따름이다. 시간으로 나열되고 구분되고 천착된 역사의 구조 위에서 형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존을 설파하려 했음이다.
 
단순히 그림을 해석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형의하학에 집착하면 그림은 그림으로 끝나버리고, 비평은 오히려 온전한 그림에 걸림돌이며 쓰레기로 전락한다. 나는 권준 그림의 비평을 통해 보편사를 말하고 싶었고, 그것이 나의 일관되고도 주된 관심사였다.   

이 그림과 글의 원형은 도산구곡 내에 있는 원형문화다. 문화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근거인 텍스트는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많은 원형을 보유하고 있어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작업공정이 없으면 문화라는 원천을 삶의 질로 연결하지는 못한다. 

도산구곡 문화가 형성되고 난 뒤 이것을 콘텐츠라는 산업적 방식으로 문화를 확대재생산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의 도산구곡 문화는 땅 속에 묻혀있는 진주였던 까닭에 눈 밝은 자만 그 가치를 알아보았을 뿐, 대중이 향유하고 공감하는 단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못했다. 이 말을 환원하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보유한 문화유산을 매력으로 환치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권준의 그림 작업은 도산구곡의 매력지수를 높이는 첨병 역할의 자임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도산구곡문화가 콘텐츠로 전환되는데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이것은 나아가 예술이 정서의 측면을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하나의 예를 보인 증거이기도 하다. 경쟁력이란 결국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인데 콘텐츠를 통한 문화의 확대재생산이 가장 효과적일뿐더러 이 방법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콘텐츠를 통해 안동도산구곡 길을 어떻게 삶의 질과 연결할 수 있는지 이제 다 같이 고민할 때다.

 ▷ 안동도산구곡길2(38cm×55cm)                                       Oil on canson pape

1. 콘텐츠에 관해

미래 산업 방향은 굴뚝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여실히 확인되었다. 산업은 땅(경작)에서, 땅속(자원)으로 갔다가 굴뚝(제조업)에서 사람으로 옮겨왔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느냐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사회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요인자가 된지 오래되었다.

안동은 그동안 미래의 발전방향이 문화원형의 보존과 계승, 그리고 활용이라는 인식아래 발 빠르고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기억하기로 벌써 6~7여 년 전에 안동mbc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탈을 소재로 물도리 캐릭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이 10분짜리 에니매이션 허도령을 제작했고, 원이엄마의 편지를 소재로 15분짜리 입체영상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공모 중에 있다. 안동이 유교문화영상체험관과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을 전국 최초로 세우고 디지털 리소스에 나선 것은 매우 탁월한 견해다.

음식을 콘텐츠로 인식하고 원형재정립과 산업화에 눈길을 돌린 것도 의미 있는 방향 전환이다. 영상미디어센터를 세우고, 안동문화회관을 사들여 문화지원센터로 만들고, 유교박물관을 건립하려는 것도 안동문화육성방안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하드웨어를 문화 관광으로 설정한 것은 공장을 키울 수 없는 안동의 현실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노정은 상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좀 더 열정적이고 정밀함을 더해야 경쟁에서 살아날 수가 있다.

문화산업의 대부분은 실패를 한다는 생각이 일반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실패는 아니다. 투자와 회수라는 단순 개념적 계산으로는 실패라고 할 수 있으나 이것 또한, 문화원형을 확대 계승하는 일련의 행위이므로 역할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정 하나하나를 의미 있는 실패로 받아들일 줄 아는 차원 높은 인식이 해야 한다.
국립국악단과 계약을 하여 무엇을 창작했다고 해서 그것이 막 바로 돈으로 환수되지는 않는다.

실패라는 의미는 대박이 터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킬러 콘텐츠로 나아가는 거름을 깔고, 자체적으로 역할을 결집하는 목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있어야 문화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가 있다.

콘텐츠 분야의 기본은 빠진 독에 물 붙기다. 물이 바닥에 충분하여야 어느 순간 콘텐츠 산업이 만개를 한다. 독안에 물보다 독 밖에 물이 흥건하여야 한다.

이러한 현상을 행정의 일반적 성격과 동일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행정이 효율성만 추구하면 복지파트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행정이 효율성 위에 주민여망의 수렴이라는 대전제가 있듯 이러한 시도는 킬러 콘텐츠 개발이라는 대미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여야 한다.

디즈니랜드사의 미키마우스는 근 70년간 미국이 문화강국을 의미하는 확실한 징표였고, 일본의 대표 캐릭터 아톰은 만화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정서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헤리포터의 신화 또한, 이야기 나라 영국에서 필연적으로 태동할 수밖에 없는 문화현상이었다.

안동 문화의 특색은 영국과 닮은 점이 많다.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영국보다 안동이 더 풍부한 문화원형을 보유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의 창발성을 흡수하는 행정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가 있다. 형식의 지나친 강조로는 문화강시(文化强市)안동을 끝까지 유지할 수가 없다. 안동시와 부천시는 대한민국 CT산업의 선두주자다. 국가의 신동력산업(CT)과 보조를 같이 하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내부적으로 맞춤형 기획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홍보하고 인재를 발굴 육성 지원하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최고를 유지하려면 파격이 우선이다. 뭔가 하려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으면 찾아다니면서 지원을 해 주어야 이 방면에서 진정한 승부가 난다. 안동이 한국콘텐츠 산업의 기수라는 명예로운 선점이 킬러 콘텐츠가 탄생할 때까지 유지되려면 이 점은 필수다.
지원 시스템도 중앙의존과 자체 인력양성이라는 양 방양에서의 동시 접근이 필요하다. 너무 안전함만 고려하면 지역의 문화 인력과 전문가를 키울 수가 없다. 서울 등 대도시의 인력으로 무엇을 창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요는 마지막 단계인 클러스트를 완성하려면 자체 인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의 정의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함의를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는 말은 기획된 이야기 상품이라는 뜻이다. 즉, 상품이 되도록 이야기를 구성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다. 언론을 통해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용수사의 탈북돌부처는 소원이라는 이야기가 붙지 않으면 그냥 돌부처일 뿐이다. 사람을 부르고 이것이 돈으로 전환되려면 한가지의 소원은 꼭 들어주는 탈북돌부처가 되어야 비로소 기획된 이야기 상품이 되는 것이다.

영천의 돌할매도 이러한 유형이고, 갓바위도 이러한 유형의 상품이다. 이천동 석불도 이러한 방향으로 컨셉을 잡고 스토리텔링을 하여야 한다. 현재 전해오는 설화와 전설은 상품성과는 별 연관이 없다. 이것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재정립하여야 하는 것이다.

안동을 차 문화의 원조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려사에 기록된 차나무 이야기를 텍스트로 하여 일직 조탑리의 연차와 봉정사의 국화차를 연계하여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차 문화의 원조를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다.

농암의 효 사상과 안기동에 있는 김자수 관련 유적을 효로 승화시키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안동이 보유하고 있는 효에 관한 유무형의 원형문화를 재정립하려면 교육으로 접근하면 될 것이다. 현대의 모든 부모들도 자식을 효자 만들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농암종택 옆 부지에 현대판 애일당을 건립하여 전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효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가르친다면 반응이 어떨까? 이것을 알차게 할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이곳에서 몇 주간 교육시켰더니 자식이 효자 되었다는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고택 개방으로 안동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정신의 전파 면에서 이 사업은 훨씬 더 효과적이고 자부심도 묻어날 수 있다.

이것은 올해 안에 안동문화원에서 의뢰받은 ‘안동의 음식’이라는 책자 내용에 들어갈 내용이지만 심상의 음식도 어느 지역의 음식이 될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육사 포도주, 이육사 머루주, 김유 김치 같은 것은 선점함으로써 안동의 음식으로 확실히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야기 소재를 이육사가 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포도라는 의미를 시의 내용인 선물, 귀한 손님이라는 의미로 격상시켜 고급 포도주를 생산하다면 승부가 가능한 이야기다.
음식분야의 승패는 브랜드의 신뢰도에 비중이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이육사와 김유라는 이름은 그 자체가 신뢰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 분들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상품이라면 당연히 정성이 들어간 것으로 믿을 만한 그 무엇의 정서적 통함이 틈새시장인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바는 경직된 문화는 상품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내가 안동도산구곡 길 코스를 치암고택의 이동수 선생에게 부탁하여 완성하고 난 뒤, 이것을 다시 단양에서 풍기를 거쳐 안동으로 오는 도산구곡 길과 연결하려고 하는 것은 그 속에 해학적이고 로맨스 성향의 이야기 소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최인호의 유림이 이율곡이 아닌 이퇴계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기생 두향과의 로맨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의 소재로 대유학자와 기생은 극적인 클라이맥스(climax)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소설가의 입장이라면 이율곡은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텍스트 문화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point)다. (생산자와 수요자의 입장이 동일하다.) 

이러한 과정(process)을 거쳐 결국은 킬러 콘텐츠 개발로 가야 한다. 헤리포터를 쓴 조지롤링의 수입은 2조원을 넘어 섰다고 한다. 한 해 현대차를 수출하여 판매하는 수익보다 조지롤링이 원작료를 받는 금액이 더 많은 시절이 있을 정도였다.
 
디즈니랜드사의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 일본만화의 주인공 아톰 등 필연적으로 킬러콘텐츠의 탄생은 일정한 여건 위에서 개발이 되었다. 안동 또한, 시기적으로 기초 물 붙기기 시절이 지나 어느 정도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 킬러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다. 이점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길이란 누군가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어야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고, 이름이 붙는다. '퇴계오솔길'과 '안동도산구곡길'은 농암과 퇴계 등 선현이 걸어간 길이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처럼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처럼 길에도 의미 있는 이름이 붙어져야 비로소 길다운 길이 된다. 이처럼 특정 한다는 의미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세상에 수많은 길이 있으나 대부분의 길은 막연히 사람과 차가 지나가는 통로일 뿐이다.

의미를 격상시키지 못하면 길은 단순히 길일 뿐, 인간의 심상을 거쳐, 구체화된 하나의 대상으로 자리 잡지를 못한다. 바로 이것이 다 같은 하나의 길을 두고 통로이냐 문화이냐 로 갈리는 중대한 분수령이 된다.

구체화된 하나의 대상을 설정한 후, 거기에 이야기를 붙이면 그 대상은 이미 설정되고 이야기가 붙기 전의 대상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 된다. 바로 가보고 싶은 곳, 경험하고 싶은 곳, 참여하고 싶은 곳이 되는 마법으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길은 사실 오래전부터 잠재된 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이 웰빙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향후의 트렌트는 길로 나아가고 고착될 개연성이 높다. 주말이 늘어나고 삶의 활력을 여행으로 찾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

트레일 조성은 돈 크게 들이지 않고 무한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조성하여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가 있다. 사람을 구름처럼 불러들이고, 돈을 불러들일 것이다.

안동도산구곡길은 유산독서의 길이다. 문학의 길이다. 사상의 길이다. 생태의 길이다. 명상의 길이다. 구원의 길이다. 사모의 길이고 상산별곡의 길이며 연인의 길이다. 도전의 길이다. 배움의 길이다. 만남의 길이다. 도의 길이다.

특히 먼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단양에서 안동도산구곡길의 200리를 연결하는 러브로드의 조성이다. 단양~풍기~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퇴계가 학문을 위해 마지막을 준비하던 길이었고, 연모하던 연인(두향)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길이었고, 연모하던 연인이 마지막으로 걸어오고 걸어갔던 길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주워 담기만 해도 스토리텔링이 된다. 이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창출하여야 하고, 스토리텔링과 콘텐츠의 결합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문화자원이 된다.
이렇게 창조된 문화자원은 필연적으로 원형의 문화자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이 유기적으로 굴러갈 때 하나의 거대한 문화 집합체가 형성되고, 새로운 문화가 태동하는 것이다.

권준퇴계오솔길한문화기획전은 원형문화를 멋지게 재창조하면 반드시 문화는 확대하고 재생산된다는 작지만 흔들리지 않은 신념으로 시작한 기획전이다. 일말이라도 안동도산구곡길이란 그림 테마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안동문화의 진수를 얼마만이라도 접하고 이해했다면 이 작업의 의도된 목표는 성공한 것이다.

  2009-07-24 08:48:37 / UGN경북뉴스(ugnews@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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