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왕별’들, 기록 저조의 원인은 트랙이었다?

25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의 기록 저조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세계기록보유자 볼트도 빠진 실패한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대구라는 단일도시가 맞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2011년 세계육상 대회의 성공을 위한 전초전이였으나, 경기장 시설, 대회조직위 관계자 인적구성과 운영체계 미흡 등 복합적 요인이 기록 경신에 실패한 요인으로 작용해 소리만 요란한 잔치로 끝났다.

지난 베를린 대회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세운 남자 100m 세계 신기록 9초58의 비밀은 무엇일까?

볼트가 세운 베를린 신기록의 비밀은 바로 첨단 트랙이었다.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몬도트랙’.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움의 기록생산의 비밀이 바로 ‘몬도트랙’이었던 것이다.

‘몬도트랙’은 아스팔트 위에 탄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3장을 깔고, 그 위에 이중합성고무로 코팅을 입힌 구조다.

‘몬도트랙’은 트랙을 밟을 때 쏟는 지압의 최대량을 그대로 돌려준다.

따라서 과거의 트랙과는 기록 분석에서 비교할 수 없는 최첨단 트랙이란 것이다.

볼트, 타이슨 게이, 파웰 등이 모두 이 마법의 양탄자 위에서 결승에 올랐다.

당시 파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랙의 탄성이 너무 좋아 기록 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스타디움의 경기장 트랙은 어떤가?

대구시가 오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목전에 두고도 주경기장 및 보조 연습장 시설에 대한 전면 보완계획만 수립한 채 제품선정 및 보수를 미루고 있다.

특히, 시는 육상경기에서 최고 관심사인 기록단축에 필수적인 트랙시설에 대한 중요성은 간과한 채 향토기업의 제품을 선택할 지, 세계기록이 많이 나온 최첨단 몬도트랙을 선택할 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11년 대회를 위해 트랙시설과 투척전용 준비운동장, 보조경기장인 경산육상경기장, 기타 주전광판과 음향시설 등 일부 부대시설은 지난 연말까지 보수를 완료하고, 준비운동장 편의시설동, 선수촌 연습장, 3개 보조연습장, 선수 주 출입구 및 모트 시설 등은 2010년까지 보수를 완료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시는 지난 연말까지 “기록단축에 유리한 몬도제품으로 교체하라”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요청에 따라 우레탄으로 돼 있는 대구스타디움 트랙을 몬도제품으로 전면 교체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시는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트랙이 지난 2003년 IAAF로부터 공인받은 시설이나 재공인시에 IAAF에서 권장하는 몬도제품 등으로 트랙을 보수토록 요청을 받고도 선뜻 보수에 따른 제품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트랙이 향토기업인 K사가 생산한 우레탄 제품으로 시설돼있어 제품선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인근 경산과 칠곡에 소재한 보조연습장의 트랙시설도 해당 자치단체가 대회를 앞두고 사전 입국해 현지적응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위해 주경기장의 트랙시설과 동일한 제품으로 하기위해 선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스타디움은 지난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육상트랙이 국제대회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밝혀져 졸속시공 논란을 빚은바 있다.

당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등에 따르면, 대구스타디움 육상트랙에 깔려있는 우레탄 두께가 13mm로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정한 국제대회기준(1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IAAF는 지난 99년부터 육상트랙의 국제공인 기준을 두께 12mm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대구스타디움 육상트랙을 시공한 K사 제품은 탄성도와 반발력이 떨어져 15mm이상 돼야한다고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IAAF는 지난 97년부터 모든 국제경기는 IAAF로부터 트랙에 대한 자재와 경기장에 대해 1등급 공인을 받아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등 국가 간의 그룹경기는 IAAF 1등급 공인 경기장에서 개최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IAAF으로부터 1등급 공인을 받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트랙에 시공될 자재를 IAAF로부터 자재1등급 공인을 받아야하고, 최종적으로 시공 후에 경기장에 대해 육상트랙 1등급 공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기록이 세워진다는 의미다.

체육계 한 인사는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육상이며 또 기록은 시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의 인적구성 역시 문제다.

조직위의 인적 구성의 대부분이 비경기인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경기인 출신 감독관이 전무하다시피 없고, 대부분 파견된 행정직원으로 구성돼 전문성이 결여됨에 따라 세계 최고 선수들의 유치는 물론이고 대회기간 중 국내외 선수들의 훈련계획 프로그램에도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체육인들은“앞으로 초, 중, 고, 대학, 실업, 일반팀 등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토록 운영하고, 육상인구 저변 확대에 노력해야 만이 세계적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2009-09-25 23:59:26 / 권동원 기자(kdw@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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