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유학은 학문과 도의의 근간이니 퇴계 선생은 이 사상을 더욱 넓혀 이었고 이 높은 이상을 그대로 실천 수범한 진정한 목민관이 있었으니 백성을 하늘로 여겼던 바로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 1517~1563)이시다.

'금계선생탄신오백주년기념사업회'가 14일 오전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금양정사 일원 금선정 앞에서 전국 문중과 기관단체장, 기념사업회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금계 황준량 선생 탄신 500주념 기념 추모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금양정사는 금계가 만년에 학문을 닦으며 제자를 양성하고자 지어졌으나 완공을 앞두고 격무와 학문의 몰입으로 병이 깊어 죽으니 못 다한 꿈이 서린 곳이고 금선정은 금계 개울가에 금계의 후손들이 세운 곳으로 수많은 시인 묵객이 다녀갔으며 지금도 유상객의 방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행사는 금계종택 내 금계사당에서 고유를 지내고 16대 후손인 황재선 변호사의 사회로 개회, 국민의례, 내빈소개, 경과보고(황재석: 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추모비 제막, 추모비문 낭독, 감사폐 증정, 기념사(이용태: 기념사업회 회장), 환영사(황재천: 금계 종손), 축사(장욱현 영주시장), 축사(김현익 영주시의장), 축사(박성만 경북도의원), 축시 낭독(송준영: 시인·월간 '시와 세계' 발행인), 특별 강연(이성원 박사·농암 종손) 순으로 경건하게 진행됐다.

'평해황씨 검교공파 금계종회'는 2015년 3월 15일 금양정사에서 총회를 열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념비 건립, 기념서책 발간, 기념제 등을 시행하는 선조 탄생 5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사업명칭을 '금계 황준량 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 사업회'라고 명명했다.

이용태 박약회 회장이 기념 사업회 회장을 맡았고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원장이 비문을 지었으며 16대 후손으로 서예가인 황재국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비문을 썼다. 정범진 전 성균관대학교 총장으로부터 축시를, 조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부터 축필을 각각 받았다.

다섯 현직 교수가 발표한 '금계 탄신 500주년 기념 논문집'과 '금계 황준량의 사상과 생애' 관한 탄신 500주년 기념 문집 발행, 황재선 변호사가 선조를 주제로 쓴 '다 하지 못한 꿈으로 남았노라'의 단행본 발행, 농암 종손이 쓴 '백성이 무슨 죄가 있기에 이토록 고통스럽게 합니까!'의 단행본 발행, 30편의 축하용 한시, 3편의 축하용 현대시, 추모비의 고유제와 제막식의 소책자 발행 등 선조가 자주 거닐던 너럭바위 위에 세워진 금선정과 그의 큰 뜻이 묻힌 금양정사를 깨끗이 단장했다.

금계 선생은 신령현감으로 재직 중에 굶주린 백성을 진휼하고 그 이전에 쌓인 부채를 절약과 긴축으로 메웠으며 부채문권을 태워버림으로써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 향교의 문묘를 수축하고 백학서원을 창건했다. 단양군수 때는 장문으로 유명한 단양진폐소를 올려 백성들로 하여금 십년동안 공물을 면제받게 했고 단양향교를 이건 중수했다. 성주목사 재임 시에는 목민관으로서 만아니라 퇴계학파의 맏형이자 중심학자로서 연구와 책자 편찬에 큰 공을 세웠다. 그 대표적인 것이 퇴계 선생이 편찬해 조선 중기 이후 성리학의 기본서로 애독됐던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 열책의 간행이었다.

영종서원을 중수하고 향교의 문묘를 수리했으며 공곡서당과 팔거현에 녹봉정사를 세워 지방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만년에 벼슬살이를 벗어나 고향인 소백산 아래 금수(錦水)에 정사를 지어 심신을 수양하며 학문을 강론하고자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1563년 음력 3월 병마로 47세에 별세했다.

퇴계 선생은 그의 명정에 ‘선생(先生)’이라고 쓸 정도로 예우했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하여 조금이나마 애통함을 덜고자 직접 행장을 쓰고 두 차례의 제문을 지어 그의 일생이 예사롭지 않음을 증언하고 망우(亡友)라 칭하며 위로 했다. 그리고 그의 학문과 문학이 뛰어나고 소중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손수 시문을 교열하고 문집의 편차를 정해 간행을 서둘렀다.

'금계선생탄신오백주년기념사업회'는 올해 4월 10일 금양정사 옆 욱양단소(욱양서원)에서 퇴계 이황과 금계 황준량을 기리는 춘향제를 봉행했으며 지난 9월 22일에는 영주시민회관에서 '금계 황준량 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성대히 거행했다.

기념사업회 황재석(16대 후손) 사무총장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우리들은 참 행복하다. 왜냐하면 이렇게 추모비를 받을 자격을 갖춘 선조가 게시고 500년 만에 한 번 오는 선조 탄신 500주년 기념행사를 후손으로서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지금까지 금계 황준량 선생 탄신 500주년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관련기관 단체장 및 관계자, 유림 대표님들, 유림 재현 그리고 종친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기념사업회 이용태 회장은 "선생은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했고 백성을 가르쳤으며 서거한 뒤에 관을 채울 옷이 없었을 정도로 청백했다. 또 단양진폐소에서 처럼 옳은 일이면 기탄없는 바른 말로 왕에게 상소를 올렸다"며 "선생의 지조와 경륜과 학문을 높이 평가하고 추모하는 동시에 마땅히 선생의 높은 뜻을 오늘에 되살려서 우리나라를 도덕국가로 재건하는 일에 개개인 각자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지는 것이 선생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사진>

2017-10-17 21:30:47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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