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용수사 차나무이야기

안동시에서 도산방면으로 25km쯤 가다 보면 도산면 사무소가 나온다. 면사무소에서 100m쯤 가다 좌회전하여 직선방면에서 1km쯤 더 올라가다 길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용두산 아래 큰 절 하나가 나온다. 경북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용수사다.

이 절은 1992년에 복원이 되었다. 1896년에 을미사변 때 불탄 것을 원행스님이 2만평의 부지에 대웅전 50평, 요사채 2동 각 98평으로 다시 지었다.

유서 깊은 곳에 절을 복원한 까닭에 이 절의 스님을 만나보면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국왕의 원찰이고 유학의 본향이라는 말이다.

그중 유학의 본향이라는 의미는 농암 이현보의 집안과 퇴계 이황의 집안, 그리고 금계 황준량 등 유학자들이 이곳 용수사에서 공부를 하여 나라의 동량이 되고 사상을 꽃피웠으니 자랑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과 관련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기에 여기서는 언급을 생략하겠다.

대신 이 글에서는 아작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가운데 중요한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용수사가 국왕의 원찰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려 19대 임금인 명종이 형인 의종(고려 18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이 사찰을 지었기 때문이다. 절집이 완공되자 명종은 직접 다(茶)=차나무와 향을 보내 화엄법회를 겸해 거대한 낙성식을 거행했다.

여기서 다른 사실은 일별하고 콘텐츠로 부활이 예비 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국왕이 차나무를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이건 활용여하에 따라 용수사의 번창은 물론, 안동의 먹고 사는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 차와 관련해서는 가야국과 신라시대 때 이미 차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차 문화의 성행은 고려조에 이르러서다. 궁궐에서는 행사 때 차례(茶禮)의식이 상례적으로 행하여 졌고, 절에서는 명선(茗禪)이라 하여 스님끼리 차 끓이기 내기가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귀족 사회에서는 다구를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렇게 활발했던 차 문화였지만 조선조에 와서는 차 맥이 딱 끊긴다. 억불숭유정책의 일환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유학자들의 시나 문장 속에 차 문화를 언급한 글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임란 당시 원군으로 참여한 명나라 장수 양호가 선조에게 왜 조선은 차를 마시지 않느냐고 묻자, 원래 조선의 습속에는 차를 마시지 않는다는 왕의 대답에서도 알 수 있듯 차 문화가 자취를 감추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후기에 내려오면 정약용이 걸명소를 지어 차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겨우 명맥이 유지된 것은 어찌되었거나 유학자가 아닌 스님 덕분이었다. 추사 김정희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문인화가 초의선사(의순-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이 있어 그나마 조선의 차 맥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초의선사가 전라남도 해남의 대흥사에서 수도하면서 동다송을 지어 한국 차 문화의 기초를 닦았다. 이때의 영향으로 차하면 우리는 남도를 먼저 떠 올릴 뿐,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용수사가 차의 본향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고려사 본기 명종 편(불교춘추 참조)에는 차나무를 용수사 낙성식을 겸해 700여 승려를 모아 화엄법회를 열 때 경내에 심고, 일부는 일직 손씨에게도 하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명종 때라면 고려 말에 활약한 정평공 손홍량의 선대를 이야기 하는데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때 하사 받은 차나무를 타양서원(일직면 조탑리)에 심었다가 후손들이 밀양으로 외손봉사를 갈 때 옮겨가 지금 700년 수령의 차나무가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에 있는 혜산서원(손홍량,손처눌,손린,손우범,손조서를 배향하고 있음)에 존재한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유추하면 타양서원에 차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아니고, 차나무 심은 자리에 타양서원을 세웠다는 말이다. 타양서원은 명종 사후 86년 뒤에 태어나 고려 말에 활약한 정평공 손홍량의 위패가 모셔진 서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것은 올바르게 수정하면 되는 일이고, 요는 이 기록이 문화콘텐츠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되고 산업화 될 수 있는 폭발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힘 있는 행정기관에서 안동을 차 문화의 본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먼저 혜산서원에 있는 차나무를 안동으로 이식하여 오는 퍼포먼스를 벌려, 차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제고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차 문화에 대하여 홍보한다면 안동이 차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2. 소원 들어주는 탈북돌부처

-이 이야기는 탈북 할머니 김복희씨의 증언을 토대로 쓰여 졌음-

용수사의 또 다른 폭발적 잠재력은 경내 법당 좌측 편에 모셔져 있는 돌부처다. 일명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탈북돌부처다. 기이한 사연이 있는 이 돌부처는 지난 2007년에 김복희 할머니가 탈북하면서 중국으로 갖고 나온 것이다. 이 돌부처를 어떤 사람이 구입하여 원행스님(용수사)에게 시주한 것을 올해 부처님 오신날 경내에다 봉안해 놓았다.

이 돌부처는 원래 휴전선 옆, 북한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개풍군 개풍사에 모셔져 있던 돌부처다. 신라 고찰이었던 개풍사가 6.25사변 때 불이 나 폐사가 되었는데 그때 땅 속에 묻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돌부처가 김복희 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야말로 기묘한 인연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김복희 할머니는 아들과 딸 며느리가 모두 탈북, 남한으로 넘어간 까닭에 방안에 정안수를 떠 놓고 매일매일 자식과 며느리의 무사안일을 빌었다. 그러기를 3년째. 어느 날 꿈속에 친정아버지가 나타나 집 뒤에 묻혀 있으니 답답하다며 호소를 하더라는 것이다. 기이한 생각이 들었지만 꿈속의 일이라 며칠 지나면서 잊고 있었단다. 그런데 4일째 밤 꿈속에 다시 아버지가 나타나 자신을 땅 속에서 꺼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 길로 신발도 신지 않고 집 뒤로 달려가 꿈에서 본 곳을 파 보니 돌로 조각된 불상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 불상을 김복희 할머니는 친정아버지의 현신이라고 믿고 날마다 물을 붓고 백일기도를 드리며 치성을 다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않던 5촌 조카가 찾아와 함께 탈북하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자식과 며느리가 있는 남한으로 가고 싶어 매일 밤 꿈속에서 만나던 가족이었기에 가다가 붙잡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탈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또 다시 꿈속에 친정아버지가 나타나 자신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한 것. 무거운 돌부처를 옮기고 이동하는 것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었으나 할머니는 광목천으로 돌부처에 옷을 입히고 부엌으로 옮겨 놓은 뒤 5촌 조카가 온다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뒤뜰에 있던 간장 항아리를 부엌으로 옮겨놓았는데 멀쩡하던 항아리가 밤사이 깨어져 아침에 일어나 보니 광목천을 덮고 있던 돌부처가 간장 범벅을 하고 있더란다.

때마침 5촌 조카가 삼륜차를 몰고 당도하여 간장 범벅이 된 돌부처를 그대로 차에 싣고 한 여름에 신의주를 지나가다 검문에 걸렸다고 한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며 무슨 말을 둘러대려는 찰나에 경찰이 먼저 급한 환자를 싣고 가냐며 묻기에 응급 결에 옴 병에 걸렸다고 했더니 코 막는 시늉을 하며 빨리 가라고 재촉하더라는 것이다. 한 참 지나 정신이 든 할머니는 그 이유가 돌부처에 스며든 간장 냄새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중국을 넘어가는 국경지대에서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는데 할머니는 신의주 때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무사히 북한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중국에 도착한 할머니는 한국에서 마중나간 아들을 3일 만에 만났다. 그리고 여기서 이 돌부처를 산 사람도 만났는데 그는 한국에서 부도를 내고 중국으로 피신한 사람이었다. 희한한 것은 부도낸 사람도 그 돌부처를 산 뒤 일이 다 풀려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김복희 할머니는 올 부처님 오신날에 용수사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믿지 못할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서 증언을 했다.

"이 돌부처에게 치성으로 기도 드려보세요. 뭐든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줍니다."

김복희 할머니의 경험담이다.

내가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문화의 도저한 힘이란 이야기가 모여서 큰 그림이 그려지는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창작으로 재생산될 것이다. 그날을 고대해 본다.

2009-05-22 17:48:54 / UGN 경북뉴스(ugnews@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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