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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시 - 2010-07-12 07:47:25
'할매가 그릿니겨?'
신풍할머니들의 첫 번째 그림전
 

"이 그림 할매가 그릿니껴?", "그림이랄게 있낭. 기냥 낙서한 긴데 이래 액자꺼정 만들어 주이 얼매나 고마운동"

올해 78세인 운골댁(본명 김혜순) 할머니가 수줍은 듯 자신의 그림 앞에 섰다. 사진촬영이 부끄럽다며 연방 손사래를 쳤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싫진 않은 눈치다.

10일 오후 2시 예천군 지보면 신풍리의 한 시골마을에 '갤러리윤(尹)'이라는 이름의 작은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 첫 작품전의 주인공은 평생 붓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16명의 시골 할매들. 평균나이 80세로 모두 이 마을 주민들이다.

갤러리윤의 관장을 맡고 있는 서양화가 이성은 씨는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예천으로 귀농해왔다. 중학교 미술교사 생활을 하며 남편과 함께 부산에 살던 그녀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원래 이곳(신풍리)에 홀로 사시던 시어머니를 부산의 아들네로 모셔오면서부터다.

부산으로 모신 지 얼마 되지 않아 85세의 노모는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평생 시골에서 사셨던 분이라 대도시가 낯이 설었고, 더 큰 이유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고심 끝에 이씨는 남편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신풍리로 귀농을 결심했다. 단지 시어머니의 편한 여생을 위한 선택이었다. 미술관의 이름은 남편의 집안 성씨인 '윤(尹)'을 따 갤러리윤이라 지었다. 양반가문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일이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였다. 남편 윤장식 씨는 집안의 이대 독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향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다.

이씨는 내려오자마자 안 좋은 소식 하나를 접했다. 그녀가 귀농하기 얼마 전 이 마을에 홀로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이었다.

마침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심리치료의 목적으로 동네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보자 마음먹었다. 물론 그녀의 시어머니인 구암댁 김성운(85) 할머니도 포함해서다.

이때까지 만해도 할머니들의 하루는 경로당에 모여 화투를 치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처음엔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씨는 동기 부여를 위해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할 때마다 맛난 간식을 제공했다.

과자 먹으려고 무심코 시작한 크레용 칠에 재미가 붙었다. 날이 갈수록 제법 그림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단순한 선(線) 위주의 그림에서 풀, 사람, 자연의 모습들이 하나 둘 담기기 시작했다. 5~6회차가 되면서 할머니들은 마음속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어느새 그림이 말을 했고, 그 안에는 그녀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기 속내 들키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꽁꽁 싸맸던 마음의 끈을 조금씩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일대는 파평윤씨 집성촌으로 할머니들 대부분이 일평생을 양반가의 며느리로 살았다. 그래서 자기감정 한번 속 시원히 내 본 적이 없다. 그 시절은 배움의 기회도 많지 않아 학교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림 같은 건 아예 꿈도 못 꿨다.

소산댁 김말수(80) 할머니는 어릴 적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돼 그녀의 그림엔 항상 학교가 등장한다.

"새댁아(김성은 관장)! 요 쪼매난 점은 개미가 아니고, 학생들이데이. 이 중에 나도 있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림 한중간에 '김말수 우습다 하하하'라고 글을 써넣었다. 무표정한 소산댁은 원래 웃음이 많았던 여자였다.

이들 그림엔 특징이 있다. 모든 그림의 칠이 무척 옅다. 할머니들 모두가 이씨의 비싼 크레용 아껴 쓴다고 최대한 옅게 색칠한 것이다. "공짜로 이래 가리치 주는데 아끼 써야제"

이씨는 그림에 나타난 이미지의 상징성을 해석해 그것에 맞게 심리치료도 겸하고 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할머니에게는 살을 부비며 다가가 친밀감을 유도했고, 말수 적은 할머니에겐 자꾸 말을 걸어 속마음을 털어놓게 했다.

이씨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경로당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삶을 '밥버러지 같은 인생'이라고 표현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두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할머니)자신을 발견하고, 자식들에게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 밝혔다.

이씨는 이번 행사를 매년 열 계획이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가 할머니들 스스로 자신 있게 삶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옆 마을까지 소문이 나 신풍2리 할머니들도 그림수업을 부탁해 온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판매도 한다. 판매액은 전액 할머니들의 용돈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갤러리윤 주변으로 관람객들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3채의 방문자숙소(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한다. 주말농장을 위해 근처의 농토도 분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성은 배제했다. 주말농장 이용객들에겐 주말 동안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회의 전시기간은 오는 8월 20일까지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없고, 일요일은 오후에만 관람 가능하다.

할머니 그림 전시회가 끝나면 이성은 관장의 개인 작품 전시전을 비롯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동료미술작가들의 작품전도 열릴 예정이다.

*미술치료사란 미술활동을 매개로 정서적·사회적 장애를 겪는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직 종사자를 말한다

전화문의 : 054) 653-9329  /  홈페이지 : http://www.galleryyoon.com/

               <관련사진>

 
 
 
 
 

  2010-07-12 07:47:25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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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의견 - 총 1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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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32 2011-04-15 오후 6:00:20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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