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안동 땅에 용한 정령이 깃든 사당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매년 제사를 지내며 자신과 가족의 안위와 복됨을 빌었다.

조선시대 안동 땅에 용한 정령이 깃든 사당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매년 제사를 지내며 자신과 가족의 안위와 복됨을 빌었다.
그 누구도 사당 속에 신으로 받들어 모셔진 염흥방 이라는 신위의 신령스러움을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염흥방은 고려의 재상이었던 염제신의 아들인데 그가 신으로 모셔진 이유는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올때 호종하면서 이곳과 인연을 맺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당을 부수라고 명한 이는 의성 김문의 청계공 김진이었다.

그는 주자학의 이치를 두루 관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령함이 지역적 정서와 동화된 상태에서 그것을 두려움 없이 훼절했다는 것은 그가 정확하게 사물의 이치를 관통할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모두가 사당의 권위와 신령스러움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김진은 그것이 거짓된 환상임을 정확하게 간파했던 것이다.
갈고 닦은 공부의 경지가 상당했기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그런 청계공이었기에 자식농사도 풍성하게 잘지었다.
그의 아들 다섯이 모두 생원시를 거쳤고, 그중 셋은 요즘으로 치면 고시인 대과에 급제를 했다.
그 중 한분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학봉 김성일이다. 아직도 그의 후손인 천전의 내앞이나 서후 금계리의 학봉 종가의 후손들은 그러한 청계공의 정신을 이어가며 잘살고 있다. 쓸데없는 신은 결코 바르게 바르게 학문한 사람을 헤치지 못한다.

안동댐을 가다보면 길 중앙에 버티고 있던 400년 된 수령의 회화나무를 누군가 잘라버렸다. 소위, 신목으로 대접받고 있던 나무이어서 그런지 애간장이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이 회화나무는 원래 임청각 앞마당에 있었다. 나라의 국운이 기울자 주손 이상룡은 가족을 데리고 머나먼 타국 북간도로 떠나갔다. 독립을 꿈꾸던 주인은 떠나가고 덩그렇게 남겨진 나무는 일제가 임청각 뒤편으로 철도를 개설하면서 도로 한가운데로 내몰리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후, 이 회화나무는 댐 공사로 인한 도로 확포장때문에 잘려나갈 운명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베어내려던 인부들이 크게 다치고 포크레인 삽날이 부러졌다는 소문이 나면서 순식간에 지위가 귀한 대접을 받으며 터전을 이어올수있었던 까닭은 이 신령스러움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령스러움의 지속성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베어지기 전,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무사안녕을 비는 사람들의 광경이며, 잘져진후에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과 애정 때문에 밑 둥을 완전히 쳐내지 못하고 있다. 감히, 누구도 두려움때문에 일도(一刀)의 예를 거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나무가 잘려 나간 이후, 여론또한 분분하다. 밑 둥에서 싹이 돋아날 수 있으니 살려내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수사를 하여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다양하다.
아직 안타까움을 다 잠재우지 못한 사람들은 잘려나간 나무에 국화송이를 바치며 애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세계관은 개인마다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보편성과 타당성 그리고 합리성이다. 개인이 어느 세계관으로 사유를 하던 가식적 형태가 아닌 진리의 현현을 구현할수 없다면 그것은 거짓이라는 사실이이다.

회화나무가 잘려나간것이 왜이리 안타까운가? 한번 잘 생각하여 보아라.
그 나무가 교통의 불편과 사고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내어야할 가치가 있는 나무인가?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담보로  해서까지 간직해야할 정서와 파괴할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나무인가?
그 나무가 보호수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나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타당하려면 진작 이나무를 안전한 곳으로 심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생태학적으로 연구가치가 있는 수종이라면 기름진 땅으로 식재를 하여 나무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오래도록 보전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결국 이 말은 회화나무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믿어 두려움때문에 방치해 두었다가 잘려나간 뒤, 이제 와서 범인을 잡아야 된다느니, 싹이 나도록 기다려야 한다느니 호들갑 떠는것은 자기 기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단언하지만, 그 나무는 전혀 신령스럽지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천연기념물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나무일뿐이다. 설령, 누군가 믿는 것처럼 정령이 깃들어 있다 해고 베어져 나갈수 밖에 없는 품위 낮은 신령일 뿐이다. 어떻게 품계 높은 귀신이 사람을 그토록 오래도록 불편하게 만들며, 다치게 하고서도 뻔뻔스럽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한 귀신이라면 당연히 잘려나가야 하지를 않겠는가?

2008-10-09 13:00:18 / UGN 경북뉴스(ugnews@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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