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산에서 27시간 동안 고립됐던 80대 할머니가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0시 11분쯤 "아침에 산책을 나간 어머니(A씨·86)가 새벽이 다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112상황실로 접수됐다.

A씨는 자신의 딸에게 마지막으로 "어딘지 모르겠다. 사찰이 보이고 대나무 숲에 넘어졌다."는 말만 남긴 뒤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위치를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으나 수색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데다 야산의 위치가 특정되질 않아 난항을 겪었다. 여기다 전날부터 계속된 약한 비로 인해 산속에 고립된 A씨의 상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색 범위도 넓어져 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김재한 경위와 강시복 경장도 이날 오전 11시쯤 수색에 합류, 휴대전화 기지국과 3㎞가량 떨어진 야산으로 향했고, 수색에 나선 지 50분 만에 야산 중턱 대나무 숲 인근에 쪼그려 앉아 있는 A씨를 찾아냈다.

밤새 내린 비로 온몸이 흠뻑 젖은 A씨는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무전으로 119구급차를 요청한 김 경위와 강 경장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A씨를 감싸고 하산하는 동안 계속해서 체온 유지를 위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고령에다 우천으로 탈진증상까지 있어 자칫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경찰과 함께 산에서 내려온 A씨는 119구급차에 태워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경찰의 적극적인 응급조치 덕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경위와 강 경장은 "할머니가 하루 동안 산에 고립돼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텐데 무사해 다행이다.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