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기자

'독사의 알을 품으며 거미줄을 짜나니 그 알을 먹는 자는 죽을 것이요 그 알이 밟힌 즉 터져서 독사가 나올 것이니라'

구약성경 이시야 59장 5절 구절이다. 독사의 알을 먹으면 죽게 되고 밟으면 터져서 독사가 나올 수밖에 없으며 거미줄은 그것으로 아무리 옷을 짜도 몸을 가릴 수 없다는 말씀인데, 악에서 시작된 마지막은 치명적인 위험성을 부른다고 해석하기도 하나 악한 일을 도모하는 허망한 자들은 그 해를 결국 자신들이 당하게 된다는 의미로 보면 틀리지 않다.

영주시가 3년마다 시행하는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자 선정의 과정에서 번번이 많은 잡음과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응모단체 일부는 심사결과에 불복해 공식적인 이의신청을 접수했는데, 영주시가 2008년 10월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을 시작한 이래 초유의 일이다.

필자는 "이번 선정과정은 뉴욕 스트립바 사건만큼이나 추락하는 영주 선비문화의 현 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사태가 아니었나?"라고 먼저 묻고 싶다. 선비 도시라 불리는 영주시가 심사위원 선정과정에서 보인 어설픈 주먹구구식 행정은 더욱 가관이었다.

애초 영주시의 심사 계획은 지난 11월 22일이다. 심사위원으로 추천된 9명 가운데 2명이 불참했고 참석한 7명 중에 2명은 특정단체와 연관 있는 제척사유가 있어 최종 심사위원은 5명으로 정족수에 미달해 무산됐다. 참석여부가 불투명한 심사위원을 선정한 것도 문제이지만, 제척의 소지가 있는 대상을 사전에 거르지 못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영주시는 사업계획서 접수 마감일인 19일부터 심사일인 22일까지 이틀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미숙함과 무책임함을 보였다.

서울과 대구 등 외지에서 심사에 참석한 4개 단체는 영주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허망하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더욱이 이날 심사위원들에게는 소정의 수당과 여비가 지급됐지만, 응모단체에는 이도 없었다.

12월 3일 심사가 재개됐지만, 선정된 심사위원들은 시의원 1명을 제외한 9명 모두가 영주의 실정을 아는 것과는 거리가 먼 외지인들이었다. 영주 선비촌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고, 심지어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의 특성조차 구분 못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 1명, 회계사 1명, 법무사 1명, 관광종사자 3명, 경영 1, 정책(용역)종사자 1명, 교육 1명, 시의원 1명 총 10명의 심사위원가운데 선비문화 관련 전문가는 단 1명도 찾을 수 없었다.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영주 선비문화의 랜드마크인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의 운영자 선정을 선비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비전문가의 손에 맡긴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을 보면 계약담당자는 3배수 이상의 예비명부를 작성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입찰참가자가 제안서 제출 시 계약담당자가 미리 정한 심사위원 수만큼 번호를 추첨해 다빈도 순으로 선정된 위원을 평가위원으로 정한다. 이 경우 계약담당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시·도(주된 근무지 기준)의 위원을 20% 이상 선정해야 하며 평가위원 불참자를 예상해 예비평가위원을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013년 7월에 개정된 '영주시 사무의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 조례'를 보면 심사위원은 관계 공무원과 당해분야 전문가 중에서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하고, 수탁사무의 처리에 관한 책임은 수탁기관에 있으며 시장은 그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영주시는 담당부서 실무자가 관내 임의의 특정단체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1개 단체에 심사위원 대상자 4명 추천을 의뢰하는 것으로 명부를 작성했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 없이 계장급 선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윗선의 결제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연 외력의 개입이 없는 온전한 업무처리가 가능했을지는 필자만의 의문은 아닐 것이다.

영주시는 1차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을 관내 단체의 추천을 받았다가 제척의 문제가 야기돼 심사가 무산되자 2차 심사에서는 황급히 관외 인사들을 대폭 섭외하면서 많은 부분을 놓쳤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었더라면 제척사유는 사전에 손쉽게 찾았을 일이었고 타부서가 철저한 보안유지 가운데 심사위원 선정 업무를 따로 맡거나 처음부터 외주를 주어 실무자의 포지션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도 무난했을 것 같다.

이번 심사위원들 가운데 세무사와 회계사는 재무재표 평가를 위해 필요하지만, 이들이 재무재표 평가가 아닌 운영프로그램과 선비문화의 확산방안 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성을 넘어서 비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통상 심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해석과 자문을 위해 법무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만 운영프로그램을 직접 평가하는 것은 수의사에게 사람의 진료를 맡기는 행위와 다름없지 않은가?

일부 응모업체들은 심사과정 또한 공정치 못하게 느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질의응답의 시간이 어떤 단체는 20분, 어떤 단체에는 5분을 할당해 일반원칙인 공평성에서 벗어났고 특정단체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진행상의 문제점도 노출했다. 제출서류 적격여부는 서류제출과정에서 담당자의 손에 의해 걸러지고, 서류접수를 마감한 모든 단체에 심사대상자 출석이 통보됐다. 문제가 된 특정단체도 접수를 완료해 접수증을 수령했다. 그런데 심사당일 특정단체의 정관이 문제가 되고 심사기회 박탈여부가 심시위원들의 찬반토론에 맡겨지면서 40분간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4명의 심의위원은 심사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극열하게 반대했다는데 이는 특정단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켜 공정한 평가는 이미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영주시는 해당단체의 정관에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영리활동을 할 수 있고, 영리활동을 할 때에는 사전에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심사서류 제출 때에 도지사의 승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심사규정에 사단법인은 이러한 서류를 제출하라는 명시가 없었고, 또 서류제출과정에서 문제없이 서류접수증을 발급하고서 사후에 적격여부가 문제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위탁자로 선정되고 운영협약서를 체결하기 전인 2020년 1월 1일 이전에 도지사의 승인을 얻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객관적인 예상이 됐던 모 응모단체가 최하위 평가를 받는 결과가 나왔다. 과연 이런 믿기지 않는 이변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말 그대로 의심 없이 믿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세간에는 이번 운영자 선정은 시정 최고책임자인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담당부서장과의 파워게임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입방아를 탔다. 이런 소문의 진위여부는 본인들만 알겠지만, 심사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잡음들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심의위원 선정의 오류, 공평성을 잃은 심사, 담당 공무원의 미숙한 진행 등은 소문의 실체와는 별개로 영주 선비문화 민낯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 하겠다.

영주시장은 이번 위탁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생을 불러다가 대학생 시험의 채점을 맡기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위기상황에서 해결방안 모색은 않고 "가만히 있어라!"만 외친 세월호선장의 무책임과 조금도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에서 어떤 단체가 선정됐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영주시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말미암아 선비 도시의 침몰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중요하다. "과연 영주시는 선비문화의 세계화를 추진할 만한 능력을 갖춘 선비 도시인가?"라는 의구심을 필자는 떨칠 수 없다.

영주시는 글로벌 선비문화를 선언했지만, 세계화를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은 자양분이 부족해 몸을 가누지 못하듯 첫걸음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뉴욕 스트립바 파동으로 전국적인 개망신을 당하는 데미지를 입었고, 한국의 히든카드로 손꼽히는 무섬마을의 관리위탁 과정에서도 마을주민들의 복수입찰이라는 민망함을 초래하더니, 이번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자 선정 과정에서는 외지 비전문가들의 손에 영주 선비문화 랜드마크의 운명을 맡김으로써 거미줄로 옷을 짜는 어리석은 우(愚)를 낳았다.

이번 우는 엉성한 조례규정, 선비문화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담당공무원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외향으로만 선비정신의 세계화를 외치며 낭중(囊中)의 의식을 벗지 못하고 담당공무원들의 안일을 능동적으로 관리치 못한 시정 최고책임자의 책임이 처음부터 한데 꼬여 마치 독사의 알을 품는 꼴이다. "그 알을 먹는 자는 죽을 것이요 그 알이 밟힌 즉 터져서 독사가 나올 것이니라" 대저 그 결과는 품는 자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자 선정심사 관련 영주시 측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자 <기자수첩>『영주 선비문회의 드러난 민낯』제하의 기사에서 영주시가 시행하는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자 선정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주시 측은 관련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심사위원을 선정하였고, 영주시가 시행하는 선비촌·한국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자 선정과정 및 결과는 모두 공정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2019-12-11 21:31:55 / 김용호 기자(yaho@ugn.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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