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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시 - 2018-05-30 18:12:26
한국국학진흥원 '만인의 청원, 만인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기록유산 등재
 

'만인의 청원, 만인소' 2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총회(MOWCAP)'에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중요 기록물로 '만인의 청원, 만인소'를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국학진흥원은 2016년 5월 '한국의 편액'을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킨 이후, 연이어 아·태 기록유산에 등재 시키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번에 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에 등재된 만인소는 조선시대 만여 명에 달하는 재야 유교 지식인들이 연명해서 왕에게 올린 청원서로, 만여 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만인소 운동은 1792년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를 신원해 달라는 청원을 시작으로 19세기 말까지 총 7차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만인소 원본이 남아 있는 것은 1855년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 달라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1884년 당시 중앙정부에서 진행된 복제 개혁에 반대하는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 2점이다. 이 두 종의 만인소는 각각 도산서원과 옥산서원에서 소장하고 있다가,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존하고 있다. 이번에 등재된 기록물은 바로 현존하는 이 두 점의 만인소 원본이다.

이번에 등재 된 만인소는 '만여 명의 개인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유교적 윤리관을 국가에 실천적으로 적용하고자 한 민주주의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재야 유교 지식인들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형성된 공론을 국가에 적용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청원했던 결과물이라는 점이 등재의 주된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권력을 갖지 못한 재야 지식인 개개인이 공론을 형성해 그 공론의 이름으로 청원했던 유학자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이다.

만인소는 '만여 명'이라는 숫자를 내세운 청원문으로, 만 명이 중요했던 것은 '만萬이 모든 백성'을 상징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만인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민주적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만인소는 순수한 재야 지식인들의 자발적 청원이라는 성격에 부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문과 회합 등을 통해 공론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공론에 따라 만인소 운동이 추진되면, 상소의 대표와 업무 담당자를 선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철저할 정도로 추천과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따랐다. 그리고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여러 종의 상소초고를 받고, 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통해 공론의 이름으로 최종 상소문을 완성했다. 이렇게 된 상소문에 모든 참여자들은 자필로 이름을 쓰고 자신이 아니면 대신할 수 없는 수결(sign)을 함으로써 자발적 참여와 자기 책임성을 명확히 했다.

이번 등재과정에서 만인소는 특히 그 기록물의 형태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만인소는 청원 내용과 그 청원에 참여한 만여 명의 서명 및 수결로 이루어진 대형 기록물이다.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는 10,094명이 연명한 상소로, 폭 1.11m, 길이 96.5m, 무게 16.6kg이다.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는 8,849명이 연명한 상소로, 폭 1.02m, 길이 100.36m, 무게 8.3kg이다.

이 두 상소의 청원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유교적 올바름을 실천하려 했던 참여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사도세자 추존만인소'는 정통 왕위 계승자임에도 불구하고 당파 싸움으로 인해 뒤주에 갇혀 불운하게 생을 마친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 달라는 내용이다. 당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왕통이 올바르게 서 있지 않은 현실을 바로 잡으려 했던 것이다.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는 1884년 내려진 복제 개혁에 반대하면서 이 정책에 대한 재고를 청원하는 내용이다. 복제개혁에 대한 반대는 현재적 관점에서 볼 때,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일 수 있지만, 유교 이념에서 벗어난 중앙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재야 유교 지식인들은 100m에 달하는 연명 상소를 작성하여 왕조의 정통성 논쟁에 참여하고, 유교적 예제를 회복하려는 입장을 중앙에 강력하게 전달했다.

만인소는 그 성격상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권력에 반하는 성격들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만인소 운동에 참여한 재야 지식인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실제 만인소 운동을 이끌었던 대표는 유배를 가기도 하고, 중앙정부의 탄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참여자의 숫자와 그 성격을 가지고 보면 현대 청와대 청원운동과 닮아 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만인소 운동은 유교적 이념에 따라 옳지 않음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던 목숨을 건 실천운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인의 청원, 만인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되면서, 한국국학진흥원은 국제적인 기록유산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훼손 및 멸실 위기에 처한 민간소장 기록유산의 수집·보존을 위해 설립된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민간소장 기록유산 49만 8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소장 기록유산이 가진 기록의 가치를 발굴하여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15년 10월 '유교책판' 64,226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고, 그 이듬해인 2016년 5월 '한국의 편액' 550점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다.

2017년 10월에는 (사)국채보상인동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되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는데, 여기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52점도 함께 등재 됐으며, 2018년 '만인의 청원, 만인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으로 등재시켰다. 이로써 한국국학진흥원은 세계가 인정한 기록유산 4종을 소장한 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등재를 넘어, 기록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 자문기구인 '국제 자문위원회(이하 IAC :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산하 '교육연구소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의 국가별 센터인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를 유치하고 6월 1일 정식 개소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국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업무를 국제적인 연대 속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기록유산의 등재와 활용, 그리고 그 가치를 전승하는 업무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이용두 원장은 "'만인의 청원, 만인소'의 등재를 통해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소장 기록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그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전승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05-30 18:12:26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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